배선경 변호사 “조정으로 끝나는 이혼, 왜 소송 사건과 같은 출발선에 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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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1-06본문
대한민국의 이혼 풍경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이혼이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를 다투는 소송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감정 소모를 줄이고 자산과 양육권을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조정이혼’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이혼 사건의 상당수는 판결까지 가지 않고 조정 단계에서 마무리된다. 현행 가사소송법이 이혼 사건에 ‘조정전치주의’를 적용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반드시 조정을 거치도록 해 조정이혼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조정이혼은 조정조서를 통해 상대방의 약속 불이행 시 즉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협의이혼보다 법적 안정성이 높고, 재판이혼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어 합리적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법률 시장의 서비스 공급 체계가 여전히 소송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의뢰인들이 불필요한 부담을 안고 출발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 지적된다.
법무법인 여름은 이 같은 이혼 시장의 구조적 한계에 주목했다. 지난 2024년 초 조정이혼 특화 서비스 ‘뚝딱이혼’을 출시하며 “이혼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을 결심한 이들이 겪어야 할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것이 법률가의 의무”라는 화두를 던졌다.
뚝딱이혼은 조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처음부터 조정 중심으로 설계한 이혼 서비스다. 업계 평균 착수금이 300만~1000만 원인 것과 달리 99만 원부터 시작하는 정찰제를 도입했으며, 법무법인 여름의 배선경·이자영 변호사가 상담부터 조정 기일 출석까지 직접 전담한다.
서울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수천 건의 이혼 상담과 조정 사건을 직접 다뤄온 배선경 법무법인 여름 대표변호사에게 이혼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조정이혼에 대해 들어봤다.
Q. 이혼 사건을 다루는 법률 시장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나?
이혼 절차는 오랫동안 소송이 기본값으로 설계돼 왔다. 실제 판결까지 가는 사건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한데도 시장 관행은 여전히 소송 중심이다. 제도는 조정전치주의를 통해 조정을 우선에 두고 있지만, 법률 실무와 관행은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법은 조정을 먼저 하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소송을 시작해야만 조정에 갈 수 있다’고 느끼는 구조다. 조정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건들까지 처음부터 소송 사건과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구조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Q. 이러한 구조가 의뢰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혼을 결심한 사람은 소장 제출, 인지대 납부, 변호사 선임 등 복잡한 절차와 수백만 원의 비용 부담 앞에서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지친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이미 별거 상태가 오래된 경우 큰돈 들여 소송까지 진행할 동력을 갖지 못해 ‘이혼하고 싶어도 시작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법적으로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장기간 고통받는 이들을 양산하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Q. 절차와 부담 때문에 이혼을 미루는 경우가 실제로 많나?
생각보다 많다. 조정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절차와 경제적 부담을 걱정하며 선뜻 나서지 못하거나 미루는 사람들을 상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만난다. 이혼은 이미 관계가 끝난 상태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과정이 길어질수록 감정 소모는 더 커진다. 조정으로 빠르게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 불필요하게 장기화되면서 당사자들은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이런 분들에게 조정이혼이라는 현실적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주고 싶다.
Q. 반대로 소송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상대방이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거나 재산을 은닉·처분하는 정황이 뚜렷한 경우 또는 폭력·강압 등으로 협의 자체가 불가능한 사건은 소송이 불가피하다. 조정은 만능이 아니다. 다만 그런 사건은 전체 이혼 사건 중 일부에 불과하다.
Q. '뚝딱이혼'을 선보이게 된 계기는?
조정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건이라면, 처음부터 조정에 맞게 절차를 설계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하면 의뢰인의 심적 부담과 경제적 손실을 모두 줄일 수 있다. 뚝딱이혼은 이혼을 쉽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라기보다 이혼을 어렵게 만드는 현행 구조를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혼을 결심한 사람이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것이 복잡한 비용표나 긴 절차가 아니라 현실적인 해결 경로가 되길 바랐다.
Q. 조정이혼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혼 등 가사 사건에서 법률가는 감정을 배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구조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당사자들은 감정이 앞서 재산분할, 양육권, 양육비 같은 쟁점을 한꺼번에 풀어내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합의는 멀어진다. 변호사는 이 쟁점들을 당사자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순서와 방식을 정리하고, 조정 테이블에서 합리적 합의점을 찾아가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더욱 중요하다. 이혼은 부부 관계의 종료일 뿐 부모로서의 관계는 계속된다. 변호사는 당사자들이 이 점을 이해하고, 조정을 단절이 아닌 이후 관계를 관리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이를 놓치면 이혼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분쟁을 남긴다.
Q. 조정이혼이 확산되는 지금, 이혼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이혼 절차는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이혼을 마치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로 보는 인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혼은 끝난 관계를 정리하고 상처를 최소화하며 각자의 삶을 다시 정렬하는 과정이다. 조정으로 끝날 사건이라면 처음부터 조정에 맞는 절차로 시작하는 것이 옳다. 당사자들이 대립보다 합의에 집중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조속히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때 이혼 후 삶이 초기부터 조금이라도 더 안정될 수 있다. 의뢰인에게도, 사회 전체에도 더 건강한 문제 해결법이라고 생각한다.
배선경 법무법인 여름 대표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법학·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8기를 수료했다. 이혼 등 가사 사건뿐 아니라 가맹거래사 자격증을 보유해 프랜차이즈 분쟁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분쟁예방 컨퍼런스 등에서 가맹본부의 투명한 정보 제공과 분쟁 예방을 위한 계약 구조 설계 방안을 강연하는 등 현장 중심의 법률 자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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